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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컴퓨터 디지털

10달러 노트북에 대한 환상과 실망 - OLPC등 초저가 PC에 대한 관점

by 3sun 2009. 2. 14.
이번 한 주 동안 PC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아무래도 인도 정부가 발표한 10달러 노트북일 것이다. OLPC의 100달러 노트북, 인텔의 클래스메이트 PC 등 그 동안 저가형 노트북에 대한 충격적인 가격 발표는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는 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왔다. 10달러다. 요즘 환율로는 1만4000원 정도지만 이 가격으로 컴퓨터를 살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식과 함께 나온 기본적인 제품 정보는 2GB 메모리, 무선 랜, 2W의 전력 소비 등의 제원을 밝혔다. 가장 관심을 가졌던 화면 크기와 프로세서, 저장 장치, 운영체제 등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후끈 달구기에는 충분하다.


<이른바 100달러 PC로 큰 화제가 되었던 OLPC XO-1이다.
실질적으로 대당 가격은 199달러에 팔릴 것으로 전해진다.>

정말 10달러에 PC를?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기로 한 날 인도 정부는 속 시원히 제품에 대해 공개하지 못했고 흘러나온 정보들로는 아주 실망스러운 제품일 것이라는 의견들과 함께 하루 아침에 모든 기대는 물거품처럼 가라앉는 분위기다. 몇몇 매체에서는 심할 정도로 ‘별 볼 일 없다’ ‘그것 보라’는 듯이 입장이 돌변하기도 했다. 과연 이 10달러짜리 컴퓨터에 그렇게까지 기대를 하고 실망해야 할까?

2005년 네그로폰테 교수가 발표했던 100달러 노트북 역시 지금과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이번 10달러 노트북 역시 가격만 바뀌었지 그때와 다른 것은 별로 없다. 단순히 개개인이 “컴퓨터를 싸게 사겠다”라는 의미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사실 10달러는 둘째 치고라도 100달러짜리 노트북이 나온다고 해서 일반 소비자들이 즐거운 마음을 구입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잘 모르고 덥석 구입했다가 ‘이걸로 뭘 하라고?’ ‘이렇게 느리고 저장 공간도 작은 걸 왜 만들었담’ 등 볼멘 소리를 할 지도 모르겠다. 100달러 노트북의 네그로폰테 교수도 그랬고 인도의 인적 자원부 역시 제품을 발표하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니라 교육용 단말기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책을 대신하고 칠판을 대신해 교육 자료를 볼 수 있는 역할 뿐 아니라 연산을 하거나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인도 환경에 맞는 PC 필요

인도는 IT의 두 얼굴을 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과 반대의 시간대를 갖고 있어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미국과 관련된 IT 기업들이 많고 그에 따른 높은 IT 기술과 인력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그 어느 나라 이상으로 심하고 계급이 아직도 남아 있어 빈곤층은 교육은 커녕 먹고 살기 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나라일수록 자기 신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교육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나라 입장에서도 수많은 인구들을 인적자원으로 활용하기를 바랄 것이다. 인구는 많고 소득이 높지 않은 인도가 택해야 하는 것은 아주 저렴한 컴퓨터인 것이다. 그것이 10달러에 가능하다면 아주 반가운 일일 것이다.

화면이 크지 않아도 된다. 고화질은 물론이고 사실 컬러 LCD도 부차적인 것이다. 비싼 윈도 운영체제를 쓸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리눅스로도 충분히 인터넷과 기본적인 PC 활용은 충분할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공식으로 공개됐던 2GB 메모리, 무선 인터넷, 2W 전력 소모는 인도가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개발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GB가 플래시 메모리 저장 장치일지 메인 메모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메인 메모리라면 프로그램 개발이나 연산 등에서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고, 무선 랜은 인터넷 단말기로서의 역할을, 2W는 전기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다른 부분은 오히려 초라하게 비칠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나라에서 생각하기에 산업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봤을 수도 있다.

신흥 국가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

커다란 화면에 화려한 그래픽, 뛰어난 성능의 PC가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그런 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이들에게 마냥 비싼 PC를 공급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시할 수 있지만 이런 PC로 공부를 시작해 기술을 쌓아 세계가 깜짝 놀랄 기술을 내놓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려서부터 PC를 써온 1세대인 30대들이 흑백 모니터와 답답한 플로피 디스켓으로 시작해 IT 강국으로 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런 컴퓨터는 우리와 크게 관계 없는 이야기에 가깝다.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형 PC를 우리나라에서 개인용 PC와 혼돈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띄고 있는 신흥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10억 명의 인도인들이 쓸 10달러 PC와 교육 관련 인프라는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갖고 있을까? 우리가 10달러 노트북에 가져야 할 환상은 바로 이것이다.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danawa.com

출처 = 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