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넷북 시장에 HP도 한몫을 거들었다. 검은색의
늘씬한 HP 미니 1000 시리즈로 넷북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사실 HP는 아톰 프로세서를 쓴 넷북을 늦게 내놓았을
뿐 넷북의 개념에 어울리는 제품을 가장 먼저 내놓은 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초
첫 미니 시리즈인 ‘HP 미니 2133’는 자그마한 크기에 여유 있는 LCD 해상도, 널찍한
키보드 등 매력 포인트로 미니 노트북의 쓸모와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에 등장한 미니 1000 시리즈는 아톰 N270 프로세서와
인텔 945 메인보드, 10인치 LCD 등 노트북 타입의 평범한 제원을 갖춘 넷북이다.
제원의 차이를 둔 세 가지 제품이 나오는데 프로세서와 메인보드 등 플랫폼에 대한
것은 모두 같지만 저장 장치가 다르다.
리뷰에 쓴 1001TU는 60GB의 하드디스크를 쓴 제품이다.
16GB SSD를 쓴 1013TU가 함께 판매 중이고 32GB SSD를 넣은 제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미니 1000은 1.11kg에
두께 2.5cm로 가볍고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검은색의 번쩍이는 글레어 코팅부터
갖고 싶다는 생각을 준다. 60만원대로 HP로서는 낮은 가격대지만 고급 제품에 들어가는
디자인 기법들이 많이 들어갔다.
상감무늬라 일컫는 임프린팅(imprinting) 기술을 비롯해
LED 백라이트를 쓴 브라이트뷰 인피니티 글래스 LCD를 갖췄다. 임프린팅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표면 아래에 무늬를 넣은 것인데 검은색 아래에 흰 물결 무늬가 은은하게
비쳐서 멋을 잘 살렸다. 이 제품은 검은색 외에 스페셜 에디션으로 홍콩의 유명 디자이너
비비안 탐이 모란을 형상화한 붉은 색으로도 등장한다.
LED 브라이트 뷰 인피니티 글래스는 LCD 화면과 테두리
사이에 굴곡을 없애고 일체형 코팅으로 씌운 것이다. 매끈하게 되어 있어 고급스럽고
보기에도 좋다. LED 백라이트를 쓴 LCD는 밝으면서 색 표현이 뛰어나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쯤 첫 선을 보였던 미니 2133이
같은 10인치 LCD 크기에 1280x800의 해상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던 것에 비해 미니
1000의 1024x600 픽셀 해상도는 대부분의 아톰 넷북과 같은 해상도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미니 1000과 2133은 다른 시리즈이고 HP는 얼마 전 CES 2009에서
2140을 발표해 고해상도 넷북의 갈증을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키보드가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다. 8.9인치대
넷북은 물론이고 10인치 제품들 역시 키보드는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HP는 이 좁은 공간에 어지간한 노트북들보다 큼직한 키를 절묘하게 밀어넣었다.
시프트를 비롯해 엔터키 역시 일반 키보드 이상이다. 누르는 느낌은 물론이고 키
면을 둥그렇게 깎아내기까지 해 손이 부드럽게 닿는 느낌이다. 문서를 만들어야 하거나
메모, 필기 등이 주 용도라면 키보드면에서는 넷북 중 첫째로 꼽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배터리는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현재 3셀 배터리를
기본으로 판매하는데 2시간 내외로 이용시간이 썩 길지는 않다. 가장 아쉬운 점이지만
배터리만으로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면 2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다.
잘 따져야겠지만 용도에 따라 키보드의 편리함 하나만으로도 배터리 시간과 타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HP에서도 이런 불만을 받아들여 바닥에 붙이는 방식의 6셀
배터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어댑터 크기는 작아서 함께 가지고 다니기에 괜찮은 편이다.
미니 1000은 수많은 넷북들 속에서 평범하면서도 편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확연히 돋보이는 제품이다. 이미 컴퓨터라기보다 패션 아이콘 영역으로
넘어서는 넷북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할까? 가방에 넣고 다니고 싶은 컴퓨터가
하나 늘었다.
글 :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danawa.com
모델
: 김하나
